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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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A, CHAPTER THREE] 작품소개: 제니퍼 바틀렛

  • 미술관 로비, 1~7전시실

주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제니퍼 바틀렛, <보라색 통로>, 2004-2005, 강철판에 실크스크린과 에나멜

 

 

제니퍼 바틀렛(Jennifer Bartlett, 1941-)은 집, 산, 나무, 정원, 바다 등 익숙한 소재를 다룬 에나멜회화와 판화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여러 장의 정방형 금속 패널을 격자로 구성하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는 설치는 작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업 형식입니다.

 

바틀렛은 미니멀리즘이 지배적인 미술 양식이었던 1960년대에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등과 함께 공부하였고, 뒤이어 대두된 개념미술 중 솔 르윗(Sol LeWiit)으로 대표되는 시스템 기반의 미술 양식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바틀렛이 작품에 반복적으로 사용한 그리드(grid)에서 이러한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러 장의 금속 패널을 격자로 배열하였을 뿐만 아니라 흰색 에나멜로 구운 각각의 패널 표면에 모눈종이같이 일정한 간격의 가로, 세로줄을 실크스크린 하였습니다. 작가는 1967년부터 현재까지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하는데, 여러 개의 타일로 모자이크 된 뉴욕 지하철역 표지판 또한 격자 형식의 주요 영감이 되었습니다.

 

 

《APMA, CHAPTER THREE》에 소개된 <보라색 통로>는 50행, 50열의 격자무늬가 그려진 50x50cm 크기의 패널 총 23개로 이루어졌습니다. 각각의 모눈은 하나 또는 두 개의 중첩된 에나멜 점으로 채워졌으며, 점들이 모여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그림과 글자를 형성합니다.

 

 

이 작품은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제작된 <단어 페인팅> 연작에 속합니다. 2004년 작가는 질환으로 인한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는데, 작품을 제작할 기력이 없어 대신 단편 소설과 대화문을 집필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단어 페인팅>을 제작하였습니다. 작품들은 병, 회복, 꿈, 친구, 가족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바틀렛은 작가의 주관과 감정, 그리고 ‘손재주’를 배제하고자 한 미니멀 아트와 개념미술의 형식을 빌려온 한편,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나 주변 환경을 회화적 이미지와 기법으로 환기시킵니다.

 

 

<보라색 통로>에는 가상의 보라색 통로에 대한 대화문과 이를 묘사한 그림이 23개의 화면에 걸쳐 펼쳐집니다. 좌측 상단부터 우측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 병원에서 나는 처음 보라색 통로를 보았다. 내 방 안에서 보았다. 너는 저게 뭔지 아니. 보라색 통로?

 

아니, 몰라.

 

나도 모르겠어. 연필을 줘봐, 보여줄게.

 

그래.

 

큐브의 각 면은 큐브 주위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나가. 가끔씩은 한 면이 사라지는데 바로 다른 면으로 대체가 돼. 그래서 가끔, 그러니까 항상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공간에 멈추어 있더라도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아니.

 

방금 너한테 유닛 하나를 보여줬는데, 사실 이건 여러 개의 유닛이야. 이것처럼. 이게 얼마나 긴지는 몰라. 왜냐하면 끝으로 갈수록 흐려지거든.

 

이것의 용도가 뭐야?

 

모르겠어. 근데 이 안에 들어갈 수가 있어서 이 크기가 변한다는 건 알아. 어떻게 들어가는지 궁금해?

 

아마도.

 

먼저 양 손의 손가락 한 개씩을 넣어, 그 다음 양 손 전체, 팔, 머리, 목, 어깨 그리고 등 순서야. 한쪽 무릎을 넣어. 그리고 다른 쪽도. 그리고 발을 넣어. 이상하지?

 

응.

 

가끔씩은 바뀌는 면에 그림이 보이는 것 같아. 내가 그걸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왜냐하면, 그건 잘 모르겠어. 정말 이상해. 이것은 냄새도 없고 아무런 느낌도 없어. 아! 보라색 통로에서 나오려면 들어갈 때의 순서를 반대로 하면 돼. 그런데 이해가 안가. 유닛과 유닛 사이를 옮겨 다니는데 어떻게 항상 바닥으로 나오는지.

 

 

제니퍼 바틀렛은 오늘날 미국 미술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브루클린미술관(1985, 뉴욕), 뉴욕현대미술관(2011, 뉴욕),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2013, 필라델피아), 패리시미술관(2014, 워터밀)에서 회고전을 가진 바 있습니다.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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