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품번호 No. 56, 전시작품번호 No. 13
오늘날 동시대 미술에서 신체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를 사유하는 하나의 매개로 작동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작업해온 김수자와 키키 스미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체와 삶의 조건을 탐색해왔습니다. 김수자는 비가시적 흐름과 관계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고, 키키 스미스는 신체의 물질성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하는 이러한 상이한 접근이 어떻게 동시대적 맥락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번 전시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자는 직물과 수행적 행위를 통해 신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동과 반복, 그리고 침묵 속에서 존재의 상태를 표현합니다. 그의 작업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관계와 흐름 속에서 확장되는 보편적 감각을 형성합니다. 키키 스미스는 신체의 내부와 표면을 가시화하며, 생명과 죽음, 취약성과 회복의 조건을 물질적으로 드러내고, 그의 작업은 감각적이고 직설적인 이미지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상태를 환기시킵니다.
김수자와 키키 스미스(Kiki Smith)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전시 도록을 함께 소개해드리니, 관람 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벤쿠버 아트 갤러리는 아시아 및 디아스포라 작가를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기관으로, 2013년 밴쿠버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이 전시는 김수자의 주요 작업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조망한 개인전입니다. 전시는 ‘보따리’를 중심 개념으로, 감싸고 묶는 행위에서 풀어내고 펼치는 과정까지를 하나의 존재론적 흐름으로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직물, 설치, 영상 작업을 통해 이동과 이주, 기억과 관계의 문제를 시각화하며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합니다. 체험에 집중된 공간 구성으로 관객이 머무르고 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면서, 김수자의 작업을 ‘풀림’과 ‘확장’의 개념 속에서 재구성한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비엔날레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가관 전시는 각국의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됩니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이 전시는 하나의 통합된 공간 설치 작업으로 구성된 전시로, ‘보따리’ 개념을 물질적 오브제에서 공간 전체로 확장하며, 존재를 감싸고 펼치는 구조를 제시합니다. 거울과 빛, 호흡으로 구성된 환경은 김수자의 작업이 물질 자체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지각되는지 감각적 조건으로 이동하는 전환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장기 연례 프로젝트인 ‘국립현대차 시리즈’는 김수자를 작가로 선정하여 대형 설치 작업 <마음의 기하학>을 비롯해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조각 등 9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보따리’와 ‘실’, 그리고 ‘호흡’이라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이 전시는 정적인 구조 속에서 반복과 명상을 유도하며, 신체를 직접 드러내기보다 인식과 감각의 층위에서 존재를 사유하게 만듭니다. 소리, 빛, 이불보 등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작업을 통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이슈를 탐구한 작가는 물질적 형식에서 출발해 점차 비물질적·존재론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여성의 신체, 동물, 자연, 우주적 이미지가 교차하는 시각 언어를 통해 인간 존재를 생명과 순환의 맥락 속에서 재해석한 이 전시는, 대형 태피스트리 작업은 신체를 해부적 대상으로 제시하기보다 자연과 연결된 존재로 확장시키며 이전 작업과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흐리는 구성은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적 상태로 제시하며, 이러한 작업은 신체를 통해 생명, 죽음, 재생의 순환을 탐구해온 키키 스미스의 작업을 보다 서정적이고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킵니다.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인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는 작가의 주요 작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통제에서 벗어난 상태이자, 중력과 세계의 질서 속에 몸을 맡기는 존재 조건을 ‘자유낙하’에 은유합니다. 특히 새, 여성, 동물의 형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생명과 죽음, 추락과 재생의 순환 구조를 시각화하면서, 초기의 해부학적 신체 표현에서 확장된, 보다 서정적이고 관계적인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