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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명심 예술가의 초상화1.jpg

[APMA, CHAPTER FIVE] 관련도록소개: 권영우 / 정상화 / 구본창 / 육명심

전시작품번호 No. 48, 전시작품번호 No. 52, 전시작품번호 No. 59, 전시작품번호 No. 55

한국 현대미술은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거나 기록하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재료와 매체를 통해 시간과 기억을 사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권영우와 정상화는 회화를 물질과 행위의 축적된 표면으로 확장했고, 구본창과 육명심은 사진을 한국인의 삶과 사물의 기억을 담는 사유적 언어로 발전시켰습니다.

권영우, 정상화, 구본창, 육명심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전시 도록을 함께 소개해드리니, 전시 관람 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권영우와 정상화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통적 의미의 ‘그리기’를 약화시키고, 회화를 물질과 행위의 문제로 확장해온 작가들입니다.
권영우는 붓과 먹 대신 한지를 찢고, 뚫고, 겹치며 종이 자체가 지닌 물성과 공간감을 드러냅니다. 반면 정상화는 물감을 바른 뒤 다시 뜯어내고 메우는 반복적 과정을 통해 화면 위에 시간과 노동의 흔적을 축적합니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와 방식을 사용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미지를 묘사하기보다 재료에 가해진 행위의 흔적을 작품의 중심으로 삼습니다. 

 권영우는 동양화에서 먹과 붓을 받아들이는 지지체로서의 종이를 더 이상 그림을 그리는 바탕으로만 보지 않고, 종이는 그 자체로 찢기고, 눌리고, 뚫리고, 빛을 받아 요철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조형 재료로서 역할하도록 합니다.

《올해의 작가-권영우》

1998.6.5. – 1998.7.5.,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1998년 권영우를 ‘올해의 작가’로 선정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그의 주요 작품 90점을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전시는 ‘올해의 작가’ 제도에서 원로 작가가 선정된 첫 사례로, 권영우는 동양화의 기본 요소인 지·필·묵 가운데 먹과 붓을 배제하고, 종이를 겹쳐 붙이거나 할퀴고 찢고 뚫는 방식으로 표면의 요철과 우연성을 드러냈습니다. 이때 종이는 단순한 바탕이나 지지체가 아니라, 작품의 형식과 의미를 발생시키는 주체적 매체로 기능합니다. 따라서 이 전시는 권영우를 단순히 한지를 사용하는 작가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종이의 물성을 통해 회화의 조건을 새롭게 탐구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형성한 작가로 조명한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화는 캔버스에 고령토·물·본드 혼합물을 바르고, 마른 뒤 캔버스를 틀에서 떼어내 선형 격자를 만든 다음, 접고, 마른 물질을 좁은 띠나 사각형으로 뜯어내고, 그 빈자리를 아크릴 물감으로 채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회화의 표면을 수행과 반복의 장으로 바꿉니다.

《정상화》

2021.5.22. – 2021.9.26.,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상화》전은 정상화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한 대규모 회고전으로, 그동안 한국 현대미술사 안에서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한 기획입니다. 이 전시는 정상화의 작업을 단순히 ‘단색화’라는 결과물로만 설명하지 않고, 초기 구상 회화와 앵포르멜적 실험,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격자 구조의 확립, 그리고 모노크롬 이후의 변주에 이르는 긴 흐름 속에서 다루었습니다. 특히 정상화의 대표적 방법론인 ‘뜯어내고 메우기’는 회화를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반복적 행위와 시간이 축적되는 장소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조명되었으며, 이러한 점에서 정상화를 단색화의 대표 작가로 위치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작업이 어떻게 물질, 행위, 표면, 시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본창과 육명심은 한국 현대사진이 기록적 매체에서 현대미술의 사유적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을 서로 다른 세대와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육명심이 한국인의 삶과 정서, 얼굴, 민중적 현실을 통해 사진의 주제적·정신적 기반을 세웠다면, 구본창은 사물과 기억, 부재와 시간성을 절제된 이미지로 구성하며 사진을 현대미술의 조형적·개념적 장으로 확장했습니다. 

구본창은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진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작가로, 구본창의 작업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보다, 사물과 이미지, 기억과 부재, 시간성과 감각을 섬세하게 구성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오랜 배회 (Lingering in Time: Koo Bohnchang’s Photography (1990–2021)》

2021.09.04 -11.14, Three Shadows Photography Art Centre

이 전시는 중국 베이징의 쓰리 섀도우 포토그라피 아트 센터에서 개최한 대규모 개인전 《오랜 배회 (Lingering in Time: Koo Bohnchang’s Photography (1990–2021)》입니다. 구본창의 중국 첫 개인전인 이 전시는 1990년대 이후의 주요 연작 13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비디오 작업 2편, 작가의 작업 전반을 조망하는 아카이브 자료를 포함하며,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구본창의 30여 년 작업세계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백자, 탈, 비누, 먼지와 같은 대상들이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기억과 소멸, 한국적 문화 정체성을 매개하는 물질적 흔적으로 등장하면서, 구본창은 사진을 기록의 매체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들을 현대미술의 이미지로 다시 구성하는 사유의 장으로 확장합니다.

 

육명심은 단순한 기록사진가가 아니라, 한국적 삶, 얼굴, 풍경, 사물의 정서를 사진적 조형 언어로 다루면서 한국 사진계에 현대사진 논의가 가능하도록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사진 이론가이자 교육자입니다. 

《예술가의 초상》

2011.10.8. – 2011.12.3., 한미사진미술관

전시 도록『예술가의 초상』은 육명심의 대표 연작 〈예술가의 초상〉을 모은 사진집으로, 전시는 2011년 10월 한미사진미술관(현재 뮤지엄한미 방이)에서 열렸습니다. 욱명심의 연작〈예술가의 초상〉은 1967년 박두진의 시집 『하얀 날개』 출간을 계기로 시작되었고,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문인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전개되었으며, 이는 점차 한국 예술계 주요 인물들로 확장되었습니다. 그의 사진 속 예술가는 영웅적인 존재나 신화적 인물로 이상화되지 않으며, 꾸밈없는 얼굴, 평범한 표정 등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의 일상의 제스처를 진솔하게 포착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도록은 단순한 인물사진집이 아닌 한국 현대 예술사의 얼굴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문화사적인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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