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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A, CHAPTER FIVE] 관련도록소개: 프랑수아 모를레 / 시오타 치하루 / 갈라포라스-김

전시작품번호 No. 10, 전시작품번호 No.24, 25, 전시작품번호 No.39, 40, 41

프랑수아 모를레, 시오타 치하루, 갈라 포라스-김은 서로 다른 세대와 지역적 배경을 지니지만, 모두 선·공간·구조를 통해 현대미술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확장해 온 작가들입니다. 모를레가 기하학을 통해 주관적 표현을 배제한 규칙 기반의 추상을 실험했다면, 시오타는 실과 사물을 통해 기억과 부재, 신체적 감정을 공간 속에 펼쳐 보입니다. 한편 갈라 포라스-김은 박물관, 언어, 보존, 유물의 소유와 해석 권한을 다루며 현대미술의 관심을 제도적·역사적 지식의 문제로 이동시킵니다. 이들의 작업은 전후 추상에서 몰입형 설치, 그리고 연구 기반 제도 비판으로 이어지는 국제 현대미술의 세대적 연속성과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프랑수아 모를레, 시오타 치하루, 갈라 포라스-김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전시 도록을 함께 소개해드리니, 관람 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프랑수아 모를레(François Morellet, 1926–2016)는 프랑스 전후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회화·조각·네온·건축적 설치를 통해 기하학적 추상의 가능성을 실험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작가의 감정이나 즉흥적 표현보다 사전에 정한 규칙, 수학적 질서, 우연, 반복에 의해 구성되고, 이러한 작업은 창작자의 낭만적 신화를 해체하고자 합니다. 그는 추상을 더 이상 숭고한 내면의 표현으로 보지 않고, 규칙과 절차에 따라 생성되는 구조로 바꾸며 ‘작가가 무엇을 느꼈는가’보다 ‘어떤 규칙이 작품을 작동시키는가’에 더 집중했습니다.

《 Morellet 》(1986)

1986.3.5 – 1986.5.11., Centre Pompidou


큐레이터 베르나르 블리스텐(Bernard Blistène, 1955-)이 기획하고, 60점의 작품이 소개된 이 전시는 모를레를 단순한 기하학적 추상 작가로 소개하기보다, 그가 재현과 자연주의에서 벗어나 규칙, 수학적 구조, 우연, 반복, 유머를 통해 회화와 조각의 관습을 흔든 작가였음을 강조합니다. 모를레는 가장 단순한 규칙과 관습을 일부러 비틀어 이미지의 질서, 장르의 질서, 구성의 질서를 흔들고, 이 때, 그의 작업은 ‘차가운 기하학’이 아니라 ‘규칙을 가장한 놀이’로 읽힙니다. 이 전시는 모를레를 전후 프랑스 추상미술, 옵아트, 키네틱 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사이에 위치한 독자적 작가로 조명했으며, 특히 퐁피두라는 국립 현대미술 기관에서 열린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모를레가 실험적 추상 작가를 넘어 프랑스 현대미술사의 핵심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François Morellet, réinstallations》(2011)

2011.3.2. – 2011.7.4., Centre Pompidou

191,180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이 전시는 알프레드 파케망(Alfred Pacquement, 1948–)과 세르주 르무안(Serge Lemoine, 1943–)이 기획하였습니다. 전시는 모를레의 대표작을 일반적인 회고전 방식으로 연대기적으로 나열하기보다, 과거 여러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구현되었던 설치 작업들을 퐁피두센터 전시장 안에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모를레의 설치 작업이 본래 장소 특정적 성격을 지니며,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현장에서 제작되고 전시 종료 후에는 사라지거나 해체되는 임시적 작업이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 전시는 단순히 과거의 작품을 다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록으로만 남아 있거나 이미 사라진 설치 작업을 전시장 안에서 다시 작동하도록 하면서 이를 통해 작품의 원본성보다는 규칙, 재료, 공간, 그리고 관객의 경험이 다시 결합되는 과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시오타 치하루(Chiharu Shiota, 1972-)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실, 의자, 침대, 신발, 열쇠, 옷, 편지 같은 일상적 사물을 대규모 설치로 엮어 기억, 부재, 삶과 죽음, 관계를 다룹니다. 시오타가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실은 공간을 나누고 연결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흔적, 관계의 얽힘, 보이지 않는 감정의 밀도를 시각화합니다. 

《 Shiota Chiharu: Between the lines 》(2017)

2017.6.24. - 2017.10.15., Het Noordbrabants Museum

시오타 치하루 (Chiharu Shiota, 1972-)의 네덜란드 첫 개인전인 이 전시는 비디오, 사진, 드로잉, 조각, 크고 작은 실 조각, 브론즈 작업, 그리고 대형 공간 설치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진 와 영상 뿐만 아니라 이 미술관을 위해 제작된 금속으로 된 배 구조물과 붉은 양모 실을 사용한 공간 설치로, 약 130㎡ 규모의 전시실에 맞춰 제작된 대형 설치작업인 도 선보였습니다. 시오타는 초기 회화 작업에서 2차원 캔버스의 한계를 느꼈고, 이후 공중에 선을 긋는 방식으로 실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실 설치를 단순한 장식적 그물망이 아니라, 회화의 선이 신체와 공간으로 확장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 Shiota Chiharu:  The Soul Trembles 》(2019)
2019.6.20. - 2019.10.27., Mori Art Museum

시오타의 작업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대규모 개인전인 이 전시는 현재 모리미술관 관장 가타오카 마미(Kataoka Mami, 1965-)가 기획했습니다. 이 전시는 시오타 치하루를 단순히 붉은 실을 설치하는 작가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90년대 초기 작업부터 대형 설치, 퍼포먼스 기록, 사진, 드로잉, 조각, 무대미술 관련 자료까지 포괄적으로 보여준 회고적 성격의 전시였습니다. 시오타는 2017년 암 재발과 치료 경험 이후 몸의 일부, 손과 발의 브론즈 캐스팅, 부서진 인형 조각 등을 작업에 다시 등장시키는데, 당시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가의 신작 〈Out of My Body〉 는 치료 과정에서 신체가 분절되고, 영혼이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듯한 감각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이후 국제적으로 순회하면서, 부산시립미술관, 타이베이시립미술관, 상하이 롱미술관, 호주 퀸즐랜드 아트갤러리/갤러리 오브 모던 아트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1984-)은 콜롬비아계·한국계 배경을 지닌 미국 동시대 작가로, 로스앤젤레스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합니다. 그의 작업은 언어, 역사, 보존, 박물관 제도, 유물의 소유와 해석 권한을 다루는 연구 기반 작업으로 설명됩니다. 그는 소리, 언어, 역사와 같은 비물질적인 것들이 언어학·역사학·보존학을 통해 어떻게 틀 지어졌는지를 다룹니다.

《 Gala Porras-Kim: Between Lapses of Histories 》(2023)


2024.1.27. - 2024.3.22., Museo Universitario Arte Contemporaneo

제목의 ‘lapses’는 단절, 공백, 시간의 틈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Between Lapses of Histories’는 하나의 완결된 역사 사이가 아니라, 여러 역사들이 단절되고 어긋나는 틈 사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유물을 둘러싼 역사를 하나의 선형적 서사가 아닌, 오히려 유물이 원래 놓여 있던 장소, 발굴·약탈·수집의 과정, 박물관의 분류 체계, 반환 논의, 보존 윤리 사이에서 생겨나는 그 역사적 빈틈과 충돌을 드러냅니다. 작가는 치첸이트사 성스러운 세노테에서 반출된 유물들을 통해 박물관의 보존 방식을 질문합니다. 원래 제의적 의미를 지녔던 사물들이 박물관 안에서 소장품으로 바뀔 때, 그 물건의 기억과 의미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작가는 드로잉과 설치를 통해 흩어진 유물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보존과 반환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합니다.

《 갈라 포라스-김: 국보 》(2024)


2023.10.31. - 2024.3.31., 리움미술관

이 전시는 현대미술 작가인 갈라 포라스-김의 작업을 고미술 전시장 안에 놓음으로써, 고미술품을 조용히 감상해야 하는 과거의 유물로만 보지 않게 만들고, 오히려 관람객이 유물이 어떻게 분류되고, 보관되고, 조명되고, 설명되는지를 다시 보게 합니다. 갈라 포라스-김은 유물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유물을 둘러싼 제도의 작동 방식에 관심을 가지며, 박물관은 유물을 보존하지만 동시에 그 유물을 특정한 이름, 번호, 시대, 국가, 가치 체계 안에 넣는다는 점에서 그 과정이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진: ©갈라 포라스-김 작가 및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제공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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