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백남준 작가는 1960-70년대 국제 전위 예술그룹 플럭서스(Fluxus)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현대미술의 재료로 끌어들이고 비디오 아트를 독립된 예술 장르로 정립한 선구자입니다.
《APMA, CHAPTER FIVE》에서 주요하게 소개되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 중, 이번 전시의 핵심을 이루는 세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백남준, <콘-티키>, 1995, 3채널 비디오, TV 모니터 53대, 앤틱 TV 케이스, 오브제, 네온관, 나무 프레임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콘-티키>는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는 탐험선의 이름에서 유래된 작품으로,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 《호랑이의 꼬리》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TV 모니터에는 거북선, 미켈란젤로, 다양한 배를 소재로 한 영상이 흐르고, 앤티크 TV 박스 안에는 인형, 불상, 흑백사진 등 국적과 문화를 초월한 오브제들이 자리합니다.
동양과 서양, 과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디어 환경 속 예술·기술·사람의 관계를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백남준, <절정의 꽃동산>, 2000, 싱글채널 비디오, TV 모니터 23대, 생화, 조화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Nam June Paik ,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백남준 작가는 이처럼 문화의 경계를 탐험하는 동시에, 자연과 기술이 함께 숨쉬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작가는 자연과 기술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1974-77)에서 실제 식물 사이에 TV 모니터를 배치하며 전자 이미지가 자연의 일부처럼 작동하는 환경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새천년을 맞아 제작된 <절정의 꽃동산>은 이러한 개념을 계승해, 꽃과 식물로 구성된 구조물을 약 3미터 높이로 수직 확장하여 구현한 작품입니다.
곳곳에 배치된 TV 모니터에서는 〈글로벌 그루브〉(1973)가 재생되며, 전 세계의 음악과 춤, 이미지가 교차하는 리듬이 공간 전체를 관통합니다.
TV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기능하며, 자연과 미디어가 하나의 생태적 장 속에서 공존합니다.

백남준, <당통>, 1989, 단채널 비디오, TV 모니터 12대, 앤틱 TV 케이스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백남준, <진화, 혁명, 결의>, 1989, 동판에 석판인쇄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콘-티키>와 <절정의 꽃동산>보다 앞서서 제작된 <당통>은, 백남준 작가가 역사 속 인물을 미디어로 소환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바로 옆에 전시되고 있는 <진화, 혁명, 결의>는 프랑스 혁명 200주년들 기념하여 그 주역들을 판화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당통>은 그 주역 중 한 명인 조르주 당통을 실제 로봇 조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두 작품은 나란히 전시되며 서로 호응합니다.
로봇 형태의 몸체에는 자유, 혁명, 이성, 박애 같은 개념이 한자로 새겨져 있고, 모니터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 이미지가 반복 재생됩니다.
역사적 인물이 전자 매체를 통해 현재로 소환되는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혁명의 이상이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전달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백남준, <감시견 II>, 1997, 2채널 비디오, TV 모니터 14대, 비디오 카메라, 스피커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백남준, <정신은 유령이라, TV 부처가 말한다>, 1995-6, 앤틱 TV 케이스, 네온관, 전구, 알루미늄
©Nam June Pa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morepacific Museum of Art. Photo: Jeon Byung-chul
백남준 작가에게 TV는 기계와 자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그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였습니다.
전시실에서는 소개된 세 작품 외에도 <정신은 유령이라, TV 부처가 말한다>, <감시견 II>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브라운관 속을 가득 채운 이미지들처럼, 작품 앞에 선 관객은 기술과 자연,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그 경계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2026.05.06